2025년 12월 3일 개봉·107분·청소년 관람불가, 하정우 네 번째 연출의 관찰과 말맛
원작 <센티멘탈>(Cesc Gay)을 한국식 대화극으로 번안한 방법론
ⓒ 제작·배급사 제공<윗집 사람들>은 생활의 마찰을 웃음으로 바꾸는 법을 아는 영화다. 2025년 12월 3일 개봉한 이 작품은 러닝타임 107분 동안 두 부부를 한 식탁에 앉힌다. 아랫집 정아(공효진)·현수(김동욱)는 밤마다 천장을 울리는 소리에 지쳐 있고, 윗집 김 선생(하정우)·수경(이하늬)은 예의상 마련된 저녁 자리에 ‘예상 밖의 제안’을 들고 내려온다. 층간소음이라는 한국적 이슈를 유머·긴장·당혹의 온도로 달구고, 그 열기를 네 사람의 솔직함으로 폭발시킨다. 대사량이 많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말이 행동’이 되도록 장면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시선의 교차, 멈칫하는 손, 숟가락의 속도 같은 사소한 동작들이 관계의 역학을 대신 설명한다.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은 관찰자적이다. 인물의 약점을 먼저 드러내 관객의 민망함을 유도하지만, 곧바로 자기고백의 형태로 되돌린다. 윗집 부부가 품은 해방감과 아랫집 부부의 체면은 식탁 위에서 몇 번이나 뒤집힌다. 편집은 박자를 반 박자씩 앞당겨 타이밍을 타고, 음악은 과장 대신 공기 소음에 여백을 남겨 대화의 파장을 살린다.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은 노출이 아니라 대담한 화법에서 발생한다. 카메라는 결코 선을 넘지 않고, 농담과 진담이 맞물리는 구간에서 관객의 상상력이 빈칸을 메운다. 이 절제는 오히려 ‘어른 코미디’의 품격을 만든다.
연기는 네 사람 모두 정확하다. 하정우는 선 넘는 유머를 던지는 순간의 무심한 표정으로 리듬을 주도하고, 이하늬는 직진 화법에 따뜻한 온도를 더해 불편함을 완화한다. 공효진은 체면과 호기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아의 미세한 떨림을, 김동욱은 안전을 중시하는 현수의 소심함과 뒤늦은 용기를 균형 있게 세공한다. 네 캐릭터가 차례로 ‘솔직함의 임계점’을 통과할 때, 관객은 웃음과 동시에 자기 검열의 장벽을 느낀다. 비밀이 폭로될수록 관계는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책임의 무게가 선명해지는 지점이 이 작품의 성취다.
각색의 방향도 설득력 있다. 원작 <센티멘탈>의 ‘한밤의 대화극’ 구조를 유지하면서, 층간소음·공사 민원·엘리베이터 예절 등 한국식 생활 디테일을 앞세운다. 덕분에 수위 높은 화법이 단순한 자극으로 소비되지 않고, 결혼 생활의 권태·욕망의 언어·타인의 윤리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연결된다. 다만 구조적으로는 원작의 무대극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공간 확장 시도—계단실·베란다—가 있긴 하나, 클로즈업 위주의 구성 탓에 중반부 몇 장면의 호흡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말맛과 타이밍,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변주를 만들어 단조로움을 크게 누그러뜨린다.
영화가 남기는 질문은 간단하지만 통렬하다.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솔직함은 관계를 구할까, 파괴할까. 작품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선택이 가져온 균열과 해방을 동시에 보여주며, ‘사생활의 소음’이 곧 ‘관계의 신호’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엔딩은 감정의 정리를 서두르지 않는다. 불편함을 웃음으로 체화한 뒤, 다음 날의 일상을 각자가 감당하게 만든다. 관객에게 남는 건 민망한 데자뷔와 작은 용기다.
• 포맷: 대화극 특성상 자막 가독성·음향 밸런스 좋은 상영관 추천.
• 동행: 연인·부부 동반 관람 시 ‘관계 토크’가 자연스럽게 열린다.
• 기대치: 성인 대화의 수위를 다루나 노골적 수위 장면은 최소화. 화법과 타이밍을 즐길 것.
• 한국 개봉: 2025-12-03
• 러닝타임/등급: 107분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각본: 하정우(네 번째 장편 연출)
• 출연: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 원작: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 및 희곡 <Los vecinos de arriba>
• 한 줄 평: “불편함을 웃음으로 돌파하는 대화극, 솔직함의 임계점을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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